촛불의 강이 흘러 모두가 소통하는 바다가 되길 꿈꾸며.


맘 편히 돈 벌고 글 쓰고 게임하고 즐겁게 살고 싶은데 세상이 그렇게 두질 않는다. 어제도 촛불시위에 나갔다. 원래는 퇴근하고 바로 갈 예정이었으나 집안일로 좀 늦게 참가했다. 시청역에서 지하철이 정차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어 회현역에서 내려 시청 앞까지 걸어갔다. 평일임에도 대단한 숫자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이 인파가 어디까지 이어졌을까 싶어 광화문을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인파는 끝이 없었다. 가까스로 동아일보사 앞에 올라가 명박산성을 보고, 그 앞까지 가득차고, 양 옆으로 뻗어나가는 촛불의 강을 보았다. 나는 안국동을 향한 행진에 참여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꽤 실망스러운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선두는 이미 안국동 사거리를 지나 늘 막혀있는 그 곳까지 도착했는데, 그곳에 있는 명박산성 2호에 막혀 사람들은 죄다 서머셋 호텔쪽의 옆길을 통해 광화문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6월 1일 이후로 그 쪽은 늘 봉쇄되어 있는데, 대책위는 그쪽으로 행진을 독려하면서도 그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이것은 그저 매일 반복되는 우리들만의 산책코스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안국동 사거리에서 정독도서관 쪽으로 올라가 삼청동길에 진입할 수도 있고 다른 루트가 없는 것이 아닌데도 도돌이표를 찍는 가두행진에 몹시 실망했다. 대책위는 정말로 청와대로 진출할 뜻이 있긴 한 걸까?

사실 나 역시 무조건적인 청와대 앞 점거에 대해선 그리 찬성하는 편이 아니다. 우리가 뭐 청와대 가서 때려부수고 명박이 때려잡자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든 촛불을 명박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게 해보자는 정도? 지금같은 상황에선 거기까지 가려면 샛길을 찾아서 전경을 밀어내고 닭장차를 밀어내야 하는데 현 상황을 보니 그게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그러면 좀 다른 방법을 찾아야하는데, 모여서 놀자판만 벌이고 있으니 이게 참 답답한 것이다. 그래, 즐겁고 누구나 모이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사람이 더 모이면 좋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끌어들인 사람이 얼마나 오래 갈지도 모르는 일이고, 같은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술판 벌여놓은 꼴만 멀거니 보면서 자유발언에 박수만 짝짝짝 하는 꼴이 우습다.

명박산성은 정부가 우리에게 휘두른 또다른 폭력이다. 일체의 여지없는 철옹성. 물론 광화문에 모인 50만명이면 그거 하나 못 넘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화시위, 비폭력시위를 유지하기 위해 시민들은 전진을 멈췄다. 그리고 모든 의식도 거기서 멈췄다. 비폭력이라는 세 글자 앞에. 난 광화문으로 돌아와 스티로폼을 옮기시는 쿄코님을 도왔다. 도저히 그대로 보고 있기엔 너무나 답답했다. 명박산성 앞에 스티로폼을 하나 내리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며 논박이 오고갔다. 하지만 논박은 최초의 잠시 뿐이었고, 사람들은 모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자신의 말만을 반복하며 강제로 힘을 사용하는 등 비폭력이라는 구호 하에 또다른 폭력을 휘둘렀다. 그들은 비폭력이라는 구호에 사로잡혀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 조금의 위험성이라도 있다면 폭력이 된다며, 우리가 폭도가 될 수 있다며 우리를 억눌렀다. 그렇다면 이 수많은 사람이 대체 왜 모였단 말인가.

수십만 시위대 전체를 하나의 사람으로 보자면 온건하지 못한, 폭력적인 행위를 하려는 소수의 사람들을 병균으로 볼 수 있겠다. 그리고 평화시위를 유지하려는 백혈구들이 무진장 많다. 다들 8일의 폭력시위를 통해 너무 위축된 것 같았다. 그때와 새벽은 상황이 매우 달랐다. 누군가의 폭력사태를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그것을 막으려는 사람이 이렇게도 많은데, 왜 그것이 안될까? 저 뒤에서는 술 좀 자시고 서로 싸우는 분들도 더러 있었는데 저분들 못말리나? 우리가 폭력시위를 하게 된 건가? 물론 우리가 하는 행동은 보다 적극적으로 전경들과 맞닿는 일이기에 훨씬 예민한 사안이긴 하다. 하지만 실제적 폭력행위가 아닌 퍼포먼스도 못할 정도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믿지 못한단 말인가? 그놈의 실체모를 프락치 괴담에 우리 모두 서로를 못 믿고 의심해야 하는 걸까?

기나긴 토론이 계속되며 인권단체연합? 인가 하는 곳에서 중재를 맡아 보다 많은 대중들 앞에서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다. 사실 중재라기엔 이 쪽은 이미 해버렸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큰 것 같아 그 의미는 별로 없었던 것 같지만. 결국은 거리를 두고 자유발언대를 쌓고 이명박에게 소리도 좀 지르고 다양한 소리를 내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컨테이너 바로 앞, 그러니까 발언대 뒤에서 그것이 쌓이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쪽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위험한데 왜 그리 높이 쌓느냐, 이건 아니다, 등등 반대 의견자들과의 충돌이 일어났다. 이런 충돌 방식은 옳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발언대 쪽으로 가서 다시 토론을 하고 모두의 의견을 다시 들어가면서 쌓던가 말던가 해야지 무조건적인 입장 고수에는 문제가 있었다. 이 부분에서 인권단체와 비폭력주의자들의 한계가 명백히 보였다. 애초의 의도와는 너무나도 엇나가 있었다. 쓴웃음을 짓고 뒤로 물러나 그 모습들을 지켜봤다. 위에 올라가서 태극기를 흔드는 인권단체 소속의 여성이 뭐라고 소리치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 밑에서는 온갖 아우성이 쏟아지고 있었다.

솔직히 실망스러운 상황이었고, 아침에 출근할 것을 생각해서 결국은 집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 택시타면 3-4만원은 줘야하는 경기도 거주민인지라 몹시 고민이 많았으나 부엉님의 구원으로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다시 많은 토론이 있었고, 태극기가 꽂힌 스티로폼이 명박산성 위에 올라가고, 소수의 인원들이 그 위로 올라가 깃발을 흔들고 현수막을 들어보이며 의견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 모습이 그렇게 폭력적이었나? 그들이 폭도인가? 저 모습이 단순히 한두사람의 선동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시민들간의 많은 이야기와 합의를 거쳐서 이루어진 모습이다. 넘어갈 수 있지만,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거기서 멈춘 것이다. 우리 스스로 제동을 건 것이다. 이게 안 될 것 같았나? 많은 사람이 원한다면 그것을 단순히 막기보다, 어떻게하면 보다 안전하고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지 무작정 막아서야 우리가 반대하는 정부, 조중동, 보수세력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다소 힘들더라도 우리의 목소리를 또 다르게 낼 수 있는데 주저해야할 이유가 있는가? 편하게 돌아서 돌아서 가려다가 나중에 더 힘들어지면 그냥 포기할텐가?

정말 비폭력, 평화시위를 원한다면 무너진 시민질서부터 다시 회복하자. 돗자리 피고 앉아 술판 벌리고, 거나하게 취해서 난리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성숙한 자세를 갖도록 노력하자.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바르게 이야기 해보자. 진짜 비폭력, 평화시위를 원한다면 그에 걸맞는 관대함과 생각을 지녀보자. MB말고도 모든 국민과 함께 소통하자. 모두가 그리하는 것이 가능하진 않겠지만 모두가 그 분위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by 좀비君 | 2008/06/11 16:23 | 무덤 밖에서 | 트랙백 | 덧글(5)

부상자들, 그리고 평화시위.


어제는 밤샘시위에 체력이 모두 소진되어 시위에 나가지 못했다. 통 잠이 오지 않아 오후 2시쯤에야 잠이 들었다 7시 30분에나 꺠어났는데 피곤이 온 몸에 배어 도무지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어깨, 등 쪽이 주된 근육통의 유발지였다. 전경들이 방패로 미는 것을 등으로 버티려고 발끝에 힘을 준 것도 있어서 다리도 알배겼거니 했는데 의외로 그쪽은 멀쩡했다.-_-;

31일 하루에만 수많은 부상자가 속출했다. 전경들과 본격적인 대치를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여학생 한 명이 의식을 잃고 뒤로 호송되었다. 일단 눕히고 의료진을 애타게 불러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보고 빨리 부상자를 이송하기 위해 길을 열었다. 그렇게 상황정리를 하는 와중에도 또 의식불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살수가 시작되면서 물대포에 맞고 나뒹구는 부상자들도 생겼고 흥분한 시민들이 버스 틈의 전경병력을 뚫고 들어간 것이 그 즈음이었다. 2시가 조금 넘었을 때였다. 지금 많은 네티즌들이 동영상으로 목격한 이나래씨 건도 이 때에 일어났다. 나는 그녀가 밟혀서 버스 밑으로 피하는 것을 보고 반대쪽을 밀고나서 되돌아 왔는데, 기사를 보니 그 이후에도 또 구타가 있었던 모양이다. 아침에 종로3가 역에서 그녀를 보았는데, 당시에는 괜찮다고 했는데 지금은 붓기가 가라앉지 않고 계속 심해진다는 것 같다. 무사하길 바란다. 효자동 쪽에서는 경찰병력의 무자비한 집단 구타를 동반한 폭력진압이 있었다고 한다. 물대포에 맞고 실명한 학생도 있었다. 또한 안국역 사거리에서도 경찰병력은 시민들에게 폭력을 퍼부었다. 도로를 가득 덮은 개미떼 같은 전경의 무리는 거침이 없었다. 어제도 사진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살수차가 사라졌다하나 불법 소화기 사용과 강경진압은 여전한 듯 했다.

언제까지 시민들이 이렇게 쓰러져가야 할까.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 나무라고 하나 21세기까지 와서 계속 피를 먹일 수는 없지 않은가. 보다 성숙한 방법으로, 아름답게 민주주의를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1일 새벽, 우리는 전경들과 대치하며 비폭력, 평화시위를 외쳤다. 물론 그것이 통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무참하게 짓밟혔다. 이대로는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지만 불과 수천명에 불과하고, 그마저도 붕괴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렇게 수십만명을 모을 수 있을까, 새벽이라는 한정된 시간동안의 투쟁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다가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촛불집회가 밤에 시작된 덕분에 시위는 항상 새벽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능하다면 대낮부터 모여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시위의 의미를 전달하고 그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보는 눈이 있다면 공권력도 대낮부터 쉽게 파행을 저지르진 못할 것이다. 촛불이 하나의 아이콘이기에 중요한 것은 알지만 그에 얽매여서는 한계에 부딪힌다. 촛불이야 밤이되면 그때 켜도 충분하다고 본다.

지난 새벽에 신호등 촛불집회라는 새로운 방식의 퍼포먼스가 생겨난 것을 알았다. 이것은 오후에 산발적으로 어디서나 가능한, 매우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하지만 수십만명의 사람이 모여서 하기엔 공간에 너무 제약을 받게 된다. 31일 저녁에 모인 수십만의 인파는 도로를 통채로 점거하고도 부족하지 않았던가. 이 수많은 사람들의 외침이 더 큰 힘을 얻고 뜻을 이루기 위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고민중이다.

평화롭게, 그리고 안전하게 시위가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그 누군가의 희생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by 좀비君 | 2008/06/02 13:45 | 무덤 속에서 | 트랙백 | 덧글(10)

길었던 하룻밤.


밤새 경복궁 삼청동 길에 있었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처참하게 박살나는 것을 목도했다.

어제 집회에 참석한 것은 8시 무렵이었다. 시청 광장에서부터 사람들이 제각기 선동을 하면서 이동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우선 와있던 친구를 만나 정황을 듣고 주최측의 이동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9시 즈음, 두갈래? 세갈래인가로 나뉘어 행진이 시작됐다. 거리를 가득메운 인파는 이명박은 물러나라, 고시철회 협상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진했다. 동아일보 앞에서는 약간 무의미한 듯한 느낌의 불꺼라, 찌라시는 꺼져라 등의 구호를 외치다가 무엇이 문제인지 다시 회군했다. 전방에 있던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항을 알 수는 없었지만 아마도 차량통행이 많아서 도로행진이 무리였던 게 아닐까 싶다. 시청광장에 다시 모인 우리는 청계광장을 지나 조계사를 지나고 안국 사거리에서 광화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경버스가 길을 막고 있었으나 전경도, 그 누구도 없었다. 우리는 좁은 틈을 삼삼오오 뚫고 지나가 경복궁 측 삼청동길에서 전경과 대치하게 되었다. 그리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우리의 의지를 외쳤다.

시간이 늦어져 친구 일행은 귀가하고 나는 혼자 남았다. 우연찮게 무선 인터넷이 연결되는 위치를 발견해 인터넷을 통해 효자동 측에서도 시위대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쪽은 이쪽보다 진압이 과격해, 물대포 살수도 이르게 시작되고 폭력진압도 일어나고 있었다 했다. 머지않아 이쪽에도 물대포가 쏘아지기 시작했다. 난간측에 서있다가 물대포에 맞고 나뒹굴어지는 사람들, 웅크리는 사람들, 아비규환이었다. 더 이상은 보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전열로 뛰어들어 스크럼을 짰다. 물대포에 극도로 흥분한 시민들은 순식간에 전경들을 밀어내고 버스 뒤까지 진입해서 대치상태를 이루었다. 나 역시 전열에 있었기에 그 안에 들어갔다. 안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부상자 발생에 대한 항의와 욕설에 경찰측도 약간 거친 반응을 보였으나, 시민들은 침착하게 대처해 평화시위, 비폭력시위를 유지하고자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느 한 시민이 전경차에 올라가 길쭉한 쇠막대로 살수차의 살수대를 마구 두드렸다. 굉장히 흥분해서 그는 연신 쇠막대로 버스를 내리치다 그것이 부러져 시위대에게 튀기도 했다. 다행히 가방에 맞아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리곤 바로 우리 선두대열 위로 살수가 시작되었다. 굉장히 가까운 거리였고, 우리는 서로의 몸을 의지해 살수를 버텼다. 아프다던가 하는 느낌조차 없을 정도로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끼어있던 여성 시위자들이 지나친 압박에 기절하는 사태가 발생해 그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생긴 빈틈을 전경들이 치고 들어왔다. 난장판이었다. 우리는 스크럼을 채 짜지도 못하고 전경들을 밀어내며 결사적으로 갇히는 시민들을 빼내고 재차 전경과 대치했다. 우리가 거세게 항의를 하자 전경측에서도 사과를 했다. 그리고 우리는 기나긴 대치를 하게 되었다. 난 1열에 뒤이은 2열에 서있었다. 스크럼을 짜고 버티면서 전경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얼굴이 다쳤다, 약은 발랐느냐, 늦은 시간에 고생이 많다. 우리 함께 잘 살자고 하는 일이다 너무 역정내진 말아라. 등등 전경들도 사람인지라 그런 대화를 건네는 우리에게 거센 대응을 보이진 않았다. 긴 대치가 이어지고 있을 때 뒤에서 많은 지원이 왔다. 물, 과자, 빵, 김밥, 보약-_-; 등등 수많은 먹을 거리가 왔다. 정말 많아서 전열에선 소화가 어려운 양이었다. 그래서 전경들과 함께 나눠먹었다. 초코바도 주고 목 메인다고 물도 주고, 김밥도 줬다. 뒤에서 우비가 와서 그것도 입었다. 근데 우비의 후드를 쓰면 시야가 가리고 왠지 숨이 답답해서 스크럼을 풀고 썼다 벗었다를 반복했다. 우리는 그 상태로 기나긴 대치상황을 계속 유지했다. 4시 반 무렵, 먼 동이 터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기운을 내자며 구호를 외치고 평화시위를 외쳤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경찰 측에서는 살수차를 이용해 물대포를 뿌리는 등 강경한 대처를 보이고 있었다. 덕분에 흥분한 후열의 시민들은 전경 측을 향해 물건을 집어던지며 욕설을 던졌다. 우리는 그런 그들을 말리며 비폭력, 평화시위를 계속 주장했다.

그리고 어느덧 날이 밝아 6시가 되었다. 전경들도 무척 지쳤는지 눈꺼풀이 힘없이 주저앉는 것이 보였다. 사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이라도 그 상태를 유지하고, 밤새 속보를 접한 시민들이 합류하면 보다 앞으로 나아가던가, 보다 강하게 우리의 목소리를 외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경찰들은 지친 병력을 뺀 뒤 기운이 팔팔 넘치는 친구들을 배치하고 강력하게 우리를 밀어붙였다. 지쳐버린 우리는 잠시밖에 버티지 못하고 버스 뒤로 내몰렸다. 조금 허무하게도, 그 뒤에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우리는 버스에 시야가 가려 뒤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통 알 수가 없었는데, 이럴 줄은 생각도 못했다. 결국 시민대열은 뒤로 한참 물러나 란 스튜디오 측에서 전경들과 재대치를 벌였다. 굉장히 격한 부딪힘이었다. 그래도 전선이 유지되고 있었는데, 눈 앞에 가스가 날아들었다. 호흡이 곤란해지며 대열이 와르르 무너져 안국 사거리 쪽으로 일제히 후퇴했다. 그 상황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거리에서 광화문 방향 언덕에서 우리는 다시 경찰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살수를 하겠다는 협박도 있었고 어서 해산하라는 경고도 많았다. 하지만 의외로 전경들은 아무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난 잠시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햇볕이 내리쬐는 사거리로 나왔다. 헌데, 조계사 쪽 길에서 전경들이 새까맣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거리에 놓인 기물을 뜯어 바리케이트를 설치했다. 그리고 모두 사거리에 모여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허나 광화문 측에 있는 많은 시위자들은 계속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내가 보기엔 그것이 바로 이번 안국역 참사의 원인같다. 오마이뉴스를 보면 누군가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강변했다는데, 경찰의 프락치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그들은 조계사 측에서 투입된 전경들을 피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양쪽에서 포위되어버렸다. 바리케이트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사거리에서 대기하던 시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와해됐다. 길을 건너 안국역 2번 출구까지 피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그저 도로 위를 뒤덮은 수많은 전경들이었다. 머릿수에서부터 압도적인 차이가 났다. 그렇게 시위대는 뿔뿔이 흩어지고, 어찌할지 모르고 제각기 갈 길을 찾아 헤맸다. 처음엔 종각으로 가야한다 했으나 종각 및 각지에서 시위대들을 무차별 연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할 수도 없던 우리들은 이리저리 이동하다 결국 귀가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최전열에 서 있느라 통 쉬질 못했는데,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자마자 졸음이 밀려들었다. 내 몸에서 풍겨나는 구릿한 냄새조차 맡아지지 않을 정도로 진하게. 그렇게 집까지 패잔병마냥 지친 발걸음을 끌었다.

우리는 최대한 폭력을 자제했고, 그저 우리의 의견을 소리높여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돌아온 건 무자비한 탄압이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그토록 애타게 노래했다. 하지만 그들의 권력은 대통령에게서 나오는 것 같았다. 어느새 국민은 대통령의 백성이 되어있었다. 참으로 슬프다.


by 좀비君 | 2008/06/01 11:18 | 무덤 밖에서 | 트랙백 | 덧글(28)

막간 포스팅.


뜬금없이 섭다되는 바람에 와우도 못하고 포스팅이나..

랄까 거의 한 달만의 포스팅인 것 같군요. 그새 와우질 좀 하느라 블로그질이 뜸했습니다. 와우 돌리면서 노트북으로 다른 분 블로그 깨작거리는 정도?; 그나마도 불성실하니...-_-;; 알바도 시작한지라 더 심한 것 같네요. 와우할 시간도 부족해서...이제 하이잘도 뛸만한 스펙인데 시간이 없어서 아무데도 못가고 있는게 서글플 따름입니다. 물론 시간만 없는 게 아니라 돈도 없기 때문에 밖에도 잘 안나가고 있지요. 월급날만 허덕이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쇼미더머니!! 아아 오랜만의 포스팅이라 매우 두서가 없습니다. 이게 다 와우 서버가 다운됐기 때문입니다. 블리자드 코리아 개갯키들...일하는 건 그냥저냥 할만하고 시간도 날로 먹을 때 많고 하지만 역시 집에 늦게 들어오는 건 귀찮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건 어찌어찌 하겠는데...하루가 짧아진다고!!

그새 이글루스엔 답글기능이 생겼군요. 우홋, 이거 만들어달라고 사람들이 건의한 게 몇 년 전인데; 아무튼 신기하네효. 아아 그렇다해도 와우가 하고싶다!!


ps. 섭 열렸다고 그러네요. 와우하러 슝.
ps2. 거의 다 열렸다길래 가보니까 아예 서버목록에서 사라져있음. 이런 ㅅㅂ

by 좀비君 | 2008/05/21 22:02 | 무덤 속에서 | 트랙백 | 덧글(21)

안녕, 캘타스?



폭풍우 요새는 아니고...아직 알라르 잡는데도 허덕이는 수준이라...팟 잘 만나면 깰 수 있을 것도 같은데. 폭요 캘타스는 아직 시도도 안해봤음.

아무튼 마법학자의 정원 영웅 던전. 그 동안 [경멸의 파편]을 먹으려고 무던히 들락거렸는데 이번에 겨우 먹었다. 이 글을 볼리는 없지만 길드 동생에게 무한한 감사를 ㅠㅠ 평소보다 공략이 왠지 수월치 않았다. 애드 전멸도 한 번 나고, 전멸 직전의 상황이 수번. 평소에는 무난하게 잘 잡았는데 말이지. 2넴 벡살루스에서는 어느새 힐러가 죽어있어서 뭥미? 하고 어느새 보니 나도 눕고 탱커만 생존. 방벽키고 잡았다. 내가 윤회로 일어나서 모두 살리고...3넴에서는 시작하자마자 공포 처맞고 다들 다운. 두번째에는 수월하게 잡았지만. 고생의 대가인지 경멸의 파편이 나왔고, 내가 고술인 게 불쌍한 것인지 이미 파밍이 된 것인지 복술님이 양보를 해주사 드디어 득할 수 있었다. 캘타스야 뭐 껌이니까 그냥 밟고, 나왔으면 싶던 [혜성의 소용돌이]도 먹었다. 이제 마정은 뭐 휘장 먹으러 가는 곳 수준? ㅋ

폭요때 캘타스 선스트라이더의 스샷을 보면 참 잘생긴 놈이었는데 가슴팍에 크립톤 광석이나 꽂고 오오 킬제덴사마 오오 하는 걸 보자니 참 측은하다. 찌질이도 이런 개 찌질이가 없어...Azerothian Super Villains에 나오는 모습과 동급이지 싶다.

아무튼 휘장 무기도 새로 사서 양손에 마부를 새로 했는데, 집행자 살쾡이 한 번에 하려니까 재료비만 천골쯤 들겠더라. 물론 창고에서 다 꺼냈습니다. ㄳ

이제 조금만 더 바꾸면[망토 손목 장갑 허리 바지...조금이 아닌데?] 검사/하이잘!


이글루스 가든 - [WoW] 와우세상 더 신나게 즐기기

by 좀비君 | 2008/04/25 12:01 | 불타는 WOW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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